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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해 2박 3일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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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3-260405

꽃을 보러 간 건 아니었는데 마침 벚꽃 개화 시기와 맞아서 바다와 산, 벚꽃을 실-컷 보고 왔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남해나 여수로 주말 당일치기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때 남해 바다가 소박하고 아늑해서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특히 밤바다는 여수 밤바다가 아니라..남해 밤바다가 진짜다..성인 되고나서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해봤지만 어렸을 때의 감상이 변하지 않았다. 바다 중에는 남해 바다가.. 제주도보다 예쁜 듯(소신발언) 부모님이 계신 동네와도 가까우니 좀 더 남쪽으로 자주 내려와 남해의 사계절을 경험해보고 싶다.

 

[1일차 충렬사, 화랑갈비, 오대박찐빵, 쇠섬, 뜨락, 몽도, 동천식당]

신혼여행 명소이기도 했다는 남해대교 와 개나리
이순신 장군을 모시고 있는 사당, 남해 충렬사
이순신 장군의 시신을 잠시 모셨다고 한다. 가묘까지 갖춘 작지만 알차고 아름다운 곳
벚꽃이 만개한 충렬사. 절의 문간을 등지고 서면 눈 앞에 남해대교와 바다가 보인다.

 

산 중턱 도로를 따라 피어있는 벚꽃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알고보니 남해의 벚꽃 명소였다. 나루터 휴게소
남해 곳곳에 유채꽃 밭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는 50년 된 노포 갈비집을 찾았다. 네이버에서 영업중 표시를 확인하고 갔는데 너무나 장사를 안하고 있는 비주얼이라 살짝 당황..혹시나 점심 장사를 안하는 거 아닐까 반신반의하며 미닫이 문을 여니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어 2차 당황..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그제야 테이블이 여럿 보이고 먼저 고기를 먹고 있는 손님들이 있어 안도했다. 가게 구조가 특이하여 노포 감성이 배가 된다.
연탄불에 구워먹는 고기..기대된다..
최초 주문은 3인분부터 시작이라 생갈비 3인분을 주문했다.(1인분 150g 1만원) 운전을 해야해서 알콜은 패스하고(이 감성에 노알콜은 너무 아쉽) 콜라 하나를 시켰는데, 캔콜라가 아니라 병콜라를 주셨다..가게가 워낙 진짜 노포라 그런지..콜라병에 인쇄된 문구들이 일부 벗겨져 있었고, 2002 라는 문구가 보여 옛날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을 그대로 꺼내주신 건가 싶었지만... 설마 하고 냉큼 따서 목을 축였다. 병에 들어서 더 시원하고 맛있는 느낌!

 

불판을 올리고 어느 정도 열이 오르면 돼지기름으로 판을 코팅해주신다..그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음..고기에는 다른 간 없이 굵은 소금만 무심한듯 시크하게 뿌려주신다. 얇게 뜬 박포갈비라 냉삼마냥 금방 익는다. 어느정도 핏기가 가실 정도로 익혀 바로 입에 넣으면 굉장히 부드러워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녹아 없어진다..고기가 워낙 신선하여 잡내가 없다. 같이 나오는 찬들도 군더더기 없으며 경남식으로 끓인 시래깃국을 같이 내어주시는데 별미다. (통영 출신인 우리 엄마가 끓여주시는 시래깃국과 똑같은 맛과 형태라 내맘대로 경남식이라 이름 붙임ㅎ 된장을 풀어 시래기만 넣고 끓인 것)

 

밥먹고 나오니 멀리 보이는 알록달록 꽃산..! 남해의 사방이 저런 꽃산인데 너무 예뻤다.
우유찐빵과 뚱딴지 찐빵을 골랐더니, 사장님이 뚱딴지는 당뇨 걸리신 분들이 드시는거라 맛이 없다며 모시찐빵을 추천해주셨다. 결과는 성공적! 너무 발효되어 쭈글해진 찐빵 한 개, 너무 피가 얇아 소가 튀어나온 불량 유자 찐빵 한 개를 덤으로 주셨다. 찐빵 2개에 2천원, 거기에 덤으로 2개 더! 지방 소도시 시장의 저렴한 가격과 '덤' 문화가 오랜만이라 정겨웠다...
쇠섬 도착
바람이 불면 벚꽃이 날리는데 바닷물에 벚꽃이 동동 뜬다..아무데서나 보기 힘든 고급 풍경
중고등학생때 등하굣길이 해안도로였다. 도로를 따라 벚나무가 심어져, 봄이 되면 벚꽃이 휘날리는 아래로 교복입은 무리들이 삼삼오오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녔는데,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들마다 그 풍경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셨다. 그때는 그게 예쁜건 줄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바다와 벚꽃을 보며 등하교라니..호시절이었군

 

아주 작은 섬 안에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피크닉하기 좋은 벤치도 있다.
꽃모양 가로등
아기 고양이가 지키고 있는 찻집, 뜨락
레트로 감성이 아닌 진짜 레트로..손님은 없었고 가게 앞의 정자에 사장님과 사장님의 지인분들이 다과를 먹고 계셨다. 정겨운 동네 카페 느낌.
남쪽이지만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여 뜨끈한 대추차로 몸을 녹였다. 가게에서 김원중의 바위섬이 흘러나왔는데 내가 따라부르니 민이가 엄청 웃었다. (안그래도 옛날 사람이라고 놀림받는데, 이런 순간마다 부정할 수가 없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서 바위섬을 배웠는데, 집에서 그걸 연주하면 당시 우울증이 있었던 엄마가 화도 안내고 조용히 노래를 따라불러서 엄마를 화나지 않게 하려고 바위섬을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보니 5.18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라고 한다.

 

생애 두번째 북스테이, 몽도. 첫 북스테이였던 이천의 아카이브 파란과는 다른 운영방식이다. 파란은 좀 더 가정집에 초대받은 아늑한 느낌이라면, 몽도는 주인집과 객실이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프라이빗하다. 객실은 1~2인용 1개, 2~4인용 1개로 총 2개이며 최대 6명을 수용할 수 있다. 2~4인용 객실 내부에는 전용 화장실이 있다. (1~2인은 안가봐서 모르겠음) 책 읽는 공간과 부엌은 객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책의 규모와 장르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주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 수 있는 알찬 구성이다.(나의 개인적 취향으로 SF와 과학, 만화 장르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ㅎ) 객실과 화장실, 공용공간은 모두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코스터, 명함, 이불에 뿌리는 아로마 향, 그날의 글귀를 적어 쪽지 모양으로 접은 일력 등 '몽도'라는 공간의 브랜딩이 잘 되어 있고 작은 것 하나하나 공들여 관리하고 꾸며놓아 보는 재미가 있다. 은퇴 계획의 많은 영감을 준 공간..기회가 되면 또 머물고 싶다.

 

직장에서 하루종일 착용하고 싶은 묵언 팔찌&목걸이..립미얼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멸치쌈밥과 회무침을 먹으러 찾은 동천식당
회무침이 하나도 안비리고 정말 맛있었다.
밥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2차로 잭콕 마시며 책 읽기. 라운지 마감시간이 되어 객실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마저 책을 읽었다. 술 기운에 결국 꾸벅 꾸벅 졸게 되는데, 졸면서 책을 읽으면 그때 읽은 장면이 자연스럽게 꿈으로 연결되어 책 속의 장면을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다. 몽롱하고 재미있지만 취하게 되면 잠이 들어서 2-3도 정도의 독서하는 애주가용 맥주나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천천히 마실 수 있도록 아예 독주가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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